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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Day13. 화조 자수 액자 나눔

문성moonsong 2024. 10. 14. 11:46

화조자수 액자를 나누었다. 

당근으로 나눔하기로 한 시간은 저녁 8시 반이었다. 표구된 액자는 꽤나 무겁기에 일찌감치 내려놓았다가 약속시간에 맞게 들고 나가는 길에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 과정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먼지가 쌓인 액자를 닦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자수의 세부가 보였다. 한 쌍의 새 그리고 모란꽃. 글씨까지 꽤 예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아빠는 이 화조 자수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약속시간을 넘겨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이에게 채팅을 보냈더니 길을 잘못들어서 헤매고 있다는 답을 받았다. 주소까지 보냈는데 도대체 어디일까 답답해하다가 지도를 캡쳐해서 정확한 위치를 표시해서 보내드렸다. 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난 이는 아마도 육십대는 넘으셨을 여성분이셨다.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시는 그 모습에 언짢았던 마음이 갈곳을 잃었다. 모란꽃에 기뻐하시면서 갑자기 내 손에 간식과 화분이 든 비닐봉투를 쥐어주셨다. 돌아서다 못내 마음에 걸려 다시 뛰어가 돌려드리고 결국 과자 한봉지를 손에 들고 헤어졌다. 

문득 깨달았다. 아빠도 이 어르신처럼 좋아했던 거구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거구나. 그래서 누군가가 내놓은 그 무거운 액자를 들고 왔겠구나. 낯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서 받아왔겠구나. 아빠. 이 액자를 보며 흐뭇했나요? 그 분이 가져가서 다시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게 드린 것, 잘했죠? 그분에게도 아빠처럼 행복한 시간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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