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리뷰 #예술 #여행 #서울 #일상

기부 29

유품정리Day38.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처럼 생활에 필요한 마음씀

아직 쓰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 각티슈. 부엌의 소모품들을 모아서 다른 곳으로 옮겨두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며 살아간다는 건 이런 물건들을 건사해야한다는 것임을 새삼 생각했다. 우리 자매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장을 봤다. 아빠의 일주일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카톡을 할 수 있는 요양사님이 전달해주시면 목록을 보고 장을 보고 아빠와 식사를 하곤 했다. 아빠는 요양사님과 함께 장을 보러가기도 하고 혼자 혹은 친구분들과 어울려 보내시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우리가 챙겨왔다. 이미 엄마가 아프기 전부터였으니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한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장보기가 귀찮았었다. 아빠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데 요양사님이 말한 게 진짜일까 생각하곤..

유품정리Day37. 엄마아빠의 이부자리에서 추억의 냄새를 맡았다.

엄마아빠가 사용했던 그리고 손님용으로 준비해두었던 이부자리를 옮겨두었다. 폐기할 유품들만 두고 남겨둘 물건들을 여전히 옮기는 중. 물건의 종류도 분량도 상당하기에 매일 조금씩 옮기는 것 외에는 별수가 없었다. 우선 식기, 주방용품들, 다음으로 가벼운 가전제품들을 옮기고 나서 이부자리 차례였다. 사실은 계속해서 미루어두고 있었던 일이었다.  아빠가 갑작스레 떠나고 난 뒤, 아빠가 늘 누워있던 자리를 치울 수 없었다. 사실은 아빠가 며칠이나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워해서 이부자리에 실수를 한 적도 있었기에 매트위의 시트도 이불도 다 빨래를 해서 접어둔 채였다. 아빠가 쓰던 것들을 치우는 게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돌이킬 수 없음을 확인하기라도 하는 듯 해서 오늘은 아직 아니야, 다른 것들부터 치우자 하고 미룬지가..

유품정리Day36. 아빠의 가전들, 물건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아빠의 선풍기 두 대.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들을 남겼다. 사실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는 내내 아빠가 떠나고도 다음을 생각해야한다는 게 그래서 물건들을 다음의 필요를 생각하며 정리해야한다는 게 줄곧 마음에 부담이었다. 그래도 결국 남은 사람들은 남은 대로 살아가야한다는 사실을 나 외에 언니들은 그리고 다른 이들은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어째서 이리 쉽지 않은지.정리하다가 멈추고 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지나온 한달여. 남은 물건들 중에 쓸 가능성이 높은 물건들을 빼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물건의 용도를 따지는 순간순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선풍기 두대. 가스렌지. 전자레인지를 내리면서도 그랬다. 여름 내 아빠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면 맞은 편 부엌에선 아빠를 살펴주시던 요양사님이..

유품정리Day35. 가족모임을 위한 식기를 남기다.

아빠와 엄마의 식기장에서 대부분을 기부처로 보내고 재활용으로 내놓은 것들 외에 남은 것들 중에 일부를 다른 공간에 임시로 옮겨두었다. 처음에는 모든 걸 기부나 재활용으로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언니가 어느날 가족모임에 쓸 것들을 놔두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정말? 나는 되물었다. 머릿속으로는 만나서 무언가를 만들어 먹게 될 일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아빠 기일 그리고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그래도 뭔가 먹게 될 텐데 쓸 게 있어야 하잖아. 언니의 설명에 그래 그럼 남겨두어야겠네 답하면서도 사실은 얼른 수긍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와 함께 그릇을 골랐다. 밥그릇, 국그릇, 반찬과 국이나 찌개를 담을 그릇, 수저와 집게 등을 신문지에 싸서 박스에 포장해두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냄비, 밥을 하거..

유품정리Day34. 폐기물을 정리하며,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랄 뿐.

정리를 하는 내내 가장 어려웠던 것이 분류였다. 부모님의 나이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된 것들부터 아빠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산 물건들까지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뒤엉켜 있었고 그 물건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하는지부터가 막막했다. 분류부터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각 방, 부엌, 욕실, 거실마다 물건들이 흩어져 있어서 더더욱 분류를 힘들게 했다. 결국은 가장 분량이 많은 품목들부터 한 품목씩 모으는 편을 택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쓸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분류하는 것도, 쓸 수 있는 것들을 기부할 것인지 나눔할 것인지 혹은 이후에 가족들이 사용할 것을 고려해 남겨둘 것인지를 분류해야하는 큰 산에 부딪혔다. 가족들에게 혹시라도 갖고 가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묻고 다음으로는 공..

유품정리Day33. 소파뒤에서 발견한 엄마의 물건들은 아직 마음을 아프게 한다.

소파 뒤 구석에서 엄마의 유품을 발견하고 기부품으로 보냈다. 언듯 장을 보러갈 때 쓰는 가방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소파 뒤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가방은 지퍼로 완전히 펼칠 수 있는 구조오 되어 있는 보조가방이었는데 안에는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내의와 덧신 그리고 양말이 나왔다. 어리둥절해서 묶음을 하나씩 살펴보며 깨달았다. 엄마가 있던 병원에서 간병인과 함께 지내던 몇 달, 간병인이 보내달라고 했던 것들이었음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떠오르면 마음이 무너졌다. 눈물이 고이다 흐르기 시작했다. 아빠보다 더 오랜 시간 아파서 스러지는 엄마를 보았기 때문일까. 엄마가 떠난 건 이미 사년이 다되어 가는 일이었지만 아빠가 떠나고 두 달째 아빠와 엄마의 흔적을 함께 마주할 때..

유품정리Day32. 아빠의 데이베드, 큰 언니의 소파로

많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구들이 남았다.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가구를 매입하는 이들은 견적을 보내달라고 하고는 사진을 보고 모두 거절하고 말았다. 매입을 할 가치가 없는 가구라며 그냥 처분하라고 했다. 다들 이 집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오래되고 낡은 가구들이지만 그 중에서 딱 두가지 가치 있는 가구는 자개장 세트 그리고 데이베드였다. 특히 데이베드는 아빠가 거실에서 소파겸용 침대로 계속 사용한지 일이년밖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난 어느 날 거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빠가 그게 그렇게 사고싶었나 어이가 없었지만 혼자 지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사람들을 불러 차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는지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여름 내 아빠는 데이베드에 앉아 있곤 했다. 현관문을 열고..

유품정리Day31. 유품을 정리하며 맞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 이를테면 필리핀에서 온 가톨릭신자와의 조우.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며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을 맞는다. 이를테면, 필리핀에서 온 독실한 카톨릭 신자와의 당근나눔의 순간. 그리고 서로의 앞날을 기도해주며 헤어지는 따뜻한 마음을 마주하는 일. 시작은 당근에 나눔으로 오래된 전기그릴을 내놓은 것이었다. 아빠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구석진 공간에 몇 년간 쌓여있던 것들을 드디어 꺼내어 확인하게 되었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그 전기그릴이었다. 삼성마크가 선명하긴 했지만 오래 전부터 쓰고는 제대로 닦아두지 않았는지 기름때가 먼지와 함께 엉겨 더러운 상태였다. 그대로 소형가전폐기물로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쓸 이를 찾아 나눔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고 당근에 내놓았다. 물론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기름때가 찐득하게 눌러붙은 물건을 그 누가 ..

유품정리Day28. 2차 문구 학용품 기부, 아빠의 평생습관을 지역 공부방에 나누다.

서재의 책들과 서류들이 빠져나가고 나고 서랍과 책장에 남아있던 물건들 중에 학용품과 사무용품들을 모았다. 그래도 유품정리업체에 맡겨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남아있던 빈 박스 하나를 어느 정도 채워 다시 한번 지역공부방으로 보내주는 기부처로 보내기로 했다. 아빠는 오랫동안 책과 펜, 필사와 함께했다. 거의 돌아가시기 직전에 기력이 약해지실 때까지 그렇게 무언가를 읽고 적고 정리해온 일생이었다. 마지막 아빠의 책상에는 주로 성경책과 신앙에 관련한 서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외로움을 신앙에 어느 정도 의지하셨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제 남은 물건들을 모아보니 삼각자, 컴퍼스, 대형자, 줄자, 각도계, 어린 시절 늘어선 책상 가운데 원형 테이블에 앉아 학..

유품정리Day27. 간병용품을 보내며 누군가의 간병을 응원하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물건들을 돌아보며 차분히 사진을 찍고 유품정리 견적을 내려는데 처분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물건들이 다시 한번 눈에 걸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욕창방지 매트리스. 엄마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던 막바지 무렵, 우주복과 욕창방지매트리스, 가로로 긴 쿠션과 같은 의료기기나 간병용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씩 구매해야했다. 아빠가 갑작스레 아파서 잘 일어나지 못했던 지난 늦여름, 결국은 병상에서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욕창매트리스를 구해야했다. 정신없이 병원을 오가며 병원 앞에서 욕창매트리스를 대여했을 때에는 몰랐다. 우리집에 엄마가 쓰던 욕창 매트리가 있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장례절차를 마치고 가족회의를 거쳐 집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