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쓰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 각티슈. 부엌의 소모품들을 모아서 다른 곳으로 옮겨두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며 살아간다는 건 이런 물건들을 건사해야한다는 것임을 새삼 생각했다. 우리 자매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장을 봤다. 아빠의 일주일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카톡을 할 수 있는 요양사님이 전달해주시면 목록을 보고 장을 보고 아빠와 식사를 하곤 했다. 아빠는 요양사님과 함께 장을 보러가기도 하고 혼자 혹은 친구분들과 어울려 보내시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우리가 챙겨왔다. 이미 엄마가 아프기 전부터였으니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한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장보기가 귀찮았었다. 아빠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데 요양사님이 말한 게 진짜일까 생각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