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을 정리하는 내내 고민을 하게 만든 건 바로 자개장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단층집에 집의 두 배 가까운 정원이 딸려 있던 이 집에서 살다가 90년대 초에 이웃집들처럼 층을 올려 다가구주택을 만들었다. 3층으로 이사하며 안방에 놓은 자개장은 아마도 엄마와 아빠의 꿈이자 성취의 증거였던 것 같다. 눈부시게 화려한 12자 장롱과 화장대와 수납장까지. 집을 짓는 동안 뒷집에 잠시 세를 들어 살다가 이곳에 이사했을 때 엄마와 아빠의 뿌듯해하던 얼굴들과 안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창문으로 드는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던 자개장, 옻칠 특유의 향이 좋았다. 엄마의 아름다운 옷들이 걸려있던 왼쪽 장. 그리운 냄새까지도 함께 차곡차곡 쌓여있던 이불장. 아빠의 정장과 코트들이 걸려있던 오른쪽 장. 장문을 열고 엄마옷들 속에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