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
전시기간: 2024.04.04.-2024.07.07.
참여작가: 구동희, 김도균, 김민애, 김예슬, 박기원, 배종헌, 서도호, 오디너리피플, 윤현학, 이희준, 칸디다 회퍼, 포스트 스탠다즈
관람방법: 현장방문, 관람료 무료
- 큐레이터는 이 전시가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는 건축 전시이자 미술관이라는 시공간에 대해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미술관 경험의 가치를 일깨우며 미래를 모색하는 전시라 말한다.
- 큐레이터의 전시서문을 인용하고 다시 한번 풀어 이해해보자면,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공공 미술관으로서 서울시립미술관이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들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쌓아왔으나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새로운 전환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공공의 혹은 사회적인 건축이라는 존재를 시간의 축으로 관찰하고 풍부한 시간의 층을 품고 있는 건축의 생명력을 살펴보며 관람객을 비롯해서 미술관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며 미술관의 미래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확장하고자 시도한다는 말.
Review
반드시 전시서문을 읽고, 각 작품들을 감상한 후에 혹은 감상하기 전에 캡션과 라벨을 읽어야만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현대미술 전시였다. 그것이 좋다고 혹은 나쁘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적는 것이 아니다. 전시실을 거닐며 작품을 마주하는 마주하는 감각과 정서만으로 전시감상이 충분한 이들에게는 필요없는 정보들이겠지만 전시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인 정보임을 알리는 것뿐.
필수적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있는 것은, 작품들 모두 감상과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고 체험하며 관람객들이 내릴 결론은 큐레이터의 이야기와 작가들의 작품소개가 담긴 캡션을 읽는 것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평선>의 부드러운 커튼은 규칙적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그 소리와 함께 가볍게 나부끼기를 반복하며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은 그 뒤에는 벽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작가의 설명, '인공적인 벽면에 가장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구현해 '벽 너머를 상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서 '끝없이 넓고 깊은 바다 위의 물과 하늘이 닿는 선, 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툰드라 지역의 대지 같은 오직 하늘과 과양만이 존재하는 자연의 극대화된 미니멀적 상황과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였다는 글을 읽고 나면, 반투명의 커튼은 이제 자연을 추상화한 무엇으로서의 의미가 부여되고 우리는 눈앞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흔들리는 커튼 너머로 툰드라의 끝없이 눈덮인 지평선을 상상하며 미묘한 인상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역시나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덩그러니 놓인 작품들을 바라보거나 혹은 거대한 오브제 혹은 거대한 샵과 같은 작품 속에 들어가 앉는 것만으로는 작품이 이야기하는 바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들을 물리적 실재로서 감각하고 관람객 나름의 맥락과 선호 아래에서 읽어내고 해석하는 과정은 캡션과 라벨,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그들의 아이디어와 맥락, 논리와 사고와 조우하고 비로소 대화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아마도 캡션과 라벨을 읽기전 직관적인 감각과 정서가 캡션과 라벨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면 작품의 언어가 관람객들에게 제대로 닿은 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독이나 곡해로 다양한 해석을 통해 풍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예술이 갖는 장점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창작과 감상으로 조응하고 이야기나누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의도한 바를 전달하고자하는 일차적 목적에서는 분명 캡션과 라벨 읽기가 현대미술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힌트가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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