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 식품류- 그러니까 반찬과 식재료들을 정리했다. 정리를 서둘러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것들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하고 결국에는 벌레를 불러들이면, 처리가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빠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 이미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것들이었지만 아빠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면서 미처 처리하지 못했다. 장례가 시작되고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누웠다가 아침에 두들겨 맞은 듯한 몸을 끌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향한 며칠, 그리고 이후로도 주변정리에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큰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큰언니와 시간을 정하고 마트로 가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샀다. "몇 리터를 사시겠어요?" 질문에 갑자기 머릿속이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