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날, 입원 후 간병에 필요했던 소모용품들을 나누었다.
단지 기력이 없으신 건가 반신반의하며 찾았던 동네병원에서 구급차로 응급실로 다시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2차 종합병원으로 전원하고 났을 때, 우리는 엄마를 간병했을 때처럼 길고 지루한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밤을 돌아가며 지새고 이제는 간병인을 구하고 간병용품들을 제대로 갖춰야 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증세는 심각해졌고 결국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나니 간병용품들은 채 뜯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남고 말았다.
병원에서 나오며 한꺼번에 짐을 빼야 했고 장례 절차에 신경 쓰느라 대충 집에 쌓아두었던 것들이 고스란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에 한 종류씩. 쓰일 수 있는 것들은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먹었던 기준을 되뇌며 쌓여있는 것들 외에도 방마다 뒤지며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물품들까지 그러모았다. 방수매트, 일자형, 속기저귀형, 일체형 성인기저귀, 욕창방지용 방석과 측면쿠션, 대소변을 닦을 때 쓰는 대형물티슈, 가래를 빼낼 때 마무리로 필요한 갑 티슈•••, 원래 쓰시던 것들 외에도 간호사가, 간병인이 요청하는 물건들까지 방한쪽이 가득 찼다.




자연스레 병원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요의와 변의를 명확히 표현하며 스스로 누려했던 아빠, 꽤 오래전부터 대장과 항문 문제로 기저귀를 쓰면서도 늘 깔끔히 용품과 물건들을 관리하려 했던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는 병원에 가기 전까지 스스로를 건사했다.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삶, 특히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삶을 원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아빠는 매트와 기저귀의 위치를 구분해서 정리하고 쓸 만큼의 분량을 바구니에 꺼내어 두고 준비할 만큼 자기 나름대로 물건을 정리하고 또 사용하는 규칙이 있는 사람이었다. 새삼 아빠가 병원에 누워서 숨만 붙어있어야 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지 않았다는 게 감사했다.
그리고 아빠와 같은 병상의 시간을 보낼 이들에게, 그 곁에서 간병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이 물품들을 나누기로 했다. 당근에 올려 필요한 이들을 묻자, 빠르게 나눔을 신청하는 이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물품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것에 한번 놀랐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 이들에게 한 번 더 놀랐다. 그리고 여러 명의 요청 속에서 친정아버지의 와병에 필요하다는 분과 치매할머니에게 필요하다는 분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그 두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눔을 완료까지 하루도 아닌 반나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빠, 아빠가 남긴 물건들이 다른 병상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빠도 흐뭇하지? 그곳에서는 이런 물건들 필요 없이 엄마와 함께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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