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빠는 어딘가에서 이 화이트 보드를 가져오셨고 그대로 한켠에 놓여있던 이 보드를 쓴 건 나였다. 엄마가 한창 깜박깜박하는 증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잊지 말아야할 것들을 이곳에 적어주었다. 내가 집에 없어도 보고서 기억할 수 있도록 엄마가 잠에서 깨면 늘 시간을 보내던 거실 소파옆에 두었더랬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는 보드를 보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 듯 했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보드는 누구도 쓰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빠도 돌아가시고 이 보드를 당근에 내놓았고 어느 청년이 가져갔다. 엄마, 이제는 보드가 필요없지? 아빠는, 만났어? 그곳에서 엄마가 아빠를 보며 환히 웃는 모습이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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