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정리에 이어 주방을 다시 정리하려는 순간 이 집에 누적된 시간을 새삼 실감했다. 너무 많은 물건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아득해지며 어지러웠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하자 되뇌며 큰 언니와 만났다. 우선은 앞으로도 필요한 것들과 당장 재활용으로 분류가 가능한 것들 그리고 기증품으로 보내거나 나눔이 가능한 것들부터 추리기로 했다.
식기류와 수저류 그리고 냄비류들 중에서 가족들 모임에 쓸 그릇. 접시. 수저류를 박스 두개로 정리하고, 기증이 가능한 물품들 그리고 재활용으로 내놓을 플라스틱들을 모았다.
아름다운 그러나 거의 쓰지 않은 찻잔과 화려한 접시들. 엄마는 이 그릇들을 어떤 마음으로 모았을까. 아빠는 이 그릇들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째서 제대로 쓰지 않고 간직하기만 했을까. 물건의 진짜 용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 나눔이 가장 최선이라는 결론뿐.
다섯박스로 도자류. 유리류. 플라스틱류까지 깨지지 않도록 신문지로 포장해서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했더니 총 여섯박스.
굿윌스토어에 수거요청을 하고도 주방에는 아직 절반이상의 짐이 남았다. 엄마아빠가 살아온 오십년 가까운 시간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분량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도 나는 떠날 때 많은 물건을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 당신들이 남긴 물건을 계속해서 수납장 속에 잠들게 하는 것보단 나눔으로 쓸모있게 보내는 게 낫겠죠? 나누는 이 마음을 기뻐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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