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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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빠 집을 정리하며

유품정리Day18. 서예. 한국화. 목판글씨 나눔. 아빠는 이 모든 액자를 갖고 싶어 했을까.

문성moonsong 2024. 10. 23. 19:16

남은 액자들을 마지막으로 나눔한 사람은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는 어느 분이었다. 마침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나눔을 보게 되었고 금세 처분하거나 할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갖고 있을거라며 모두 자신에게 주어도 좋다고 하셨다. 처음에 만났던 무례한 -황학동에서 팔아먹겠다던- 사람이 떠올라서 약간 경계를 했지만 근처로 곧바로 오겠다며 명함을 먼저 보내와서 우선은 한국화 중에 특히 무겁고 큰 것들을 보내기로 했다.
두어명 신청했던 이들이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까먹었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상황이었는데 일러준 대로 suv차량으로 와서 뒷좌석을 눕혀 자리를 만들고는 무거우면 자신이 들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앤틱을 모으고 있고 모은 것들만 컨테이너 두박스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림들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값어치가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나중에 모아둔 앤틱들로 호텔을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갖고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거기까지 알고 나자 이제 원하는 사람이 없는데 기다리기보다는 이 분이 가져가서 좀 더 아끼어주고 나중에 적재적소에 걸어 두루 감상하게 되면 좋겠다 싶었다.
차분히 하나씩 꺼내어 두고 신문지를 부탁해서 액자와 액자사이를 조심스레 받쳐주고 부딪히지 않게 끼우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남은 액자들도 가져가시겠느냐 물었더니 반색을 하셔서 모두 주게 되었다.  
성경구절을 필사한 것들, 수묵화, 채색화, 목판글씨까지•••. 꺼내놓으며 아빠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것들을 모은 걸까. 무엇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이렇게 많은 액자를 갖고 싶어한 까닭은 무엇일까. 떠오르는 의문에 아빠의 마음을 가만히 헤아려보다가 소중히 받은 액자를 하나씩 포개느라 한시간 가까이 구슬땀을 흘리는 아저씨를 보았다. 아빠도 저이처럼 이것들을 귀하게 여겨서 빈벽에 빠짐없이 걸어두었겠지. 저이처럼 언젠가 값지게 어딘가에 쓰일거라고 생각하며 걸 자리가 없어도 모으고 쌓아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 당신 마음을 기쁘게 했기를 그리고 이제 다른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니 그 역시 반가워하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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