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곳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맘먹고 목장갑을 끼고 자개장위의 상자들을 내려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었다.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렸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아기인 내곁에 선 아빠가 입고 있던 강렬한 초록 마고자. 검은색 두루마기. 언니들이 결혼할 때 맞추었던 엄마 그리고 아빠의 한복들.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들 속에 하나씩 만져보았다.
곱디고운 주단. 엄마와 아빠는 중요한 날에만 꺼내어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아서 박스에 넣고 신발장도 정리하다가 엄마의 꽃신까지 발견했다. 눈물이 쏟아질까봐 서둘러 먼지를 털고 박스에 담았다.
굿윌스토어에 물품기부신청을 했다. 누군가가 이 옷을 기쁘게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귀한 날 곱게 다장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환히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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