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돋보기가 나왔다.
아빠의 서재 책상 위에서, 서랍에서, 수납장에서, TV앞에서. 왜 이렇게 많은 돋보기를 갖고 계셨을까. 엄마 것도 아빠 것도 한 번도 정리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계속 시간이 지나며 필요한 돋보기가 달라지셨을지도 모르겠다. 확대되는 크기가 두께 무게나 걸리는 부분이 불편하셔서 새로운 걸 찾게 되신 것도 있으리라.
나는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그로 인한 불편을 겪으며 물건이 늘어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엄마아빠를 보며 느끼곤 했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큰 도움을 주기에 요긴하게 쓰이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일에 물건을 다루는 일이 더해져 더디고 피곤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도. 늙는다는 건 쓸쓸하고 서러운 일이라는 말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와 아빠가 그런게 마음이 아파서도 있었겠지만 나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아빠. 이 돋보기들로 도움이 되었던가요. 그동안 힘들게 돋보기에 의지해 책을 읽고 적느라 고생했어요.
이제 편히 쉬어. 그리고 남긴 돋보기들은 아빠가 그랬듯 필요한 다른 분들에게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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