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물건들을 돌아보며 차분히 사진을 찍고 유품정리 견적을 내려는데 처분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물건들이 다시 한번 눈에 걸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욕창방지 매트리스. 엄마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던 막바지 무렵, 우주복과 욕창방지매트리스, 가로로 긴 쿠션과 같은 의료기기나 간병용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씩 구매해야했다. 아빠가 갑작스레 아파서 잘 일어나지 못했던 지난 늦여름, 결국은 병상에서의 시간으로 이어지고 욕창매트리스를 구해야했다. 정신없이 병원을 오가며 병원 앞에서 욕창매트리스를 대여했을 때에는 몰랐다. 우리집에 엄마가 쓰던 욕창 매트리가 있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장례절차를 마치고 가족회의를 거쳐 집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집안의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위치에 있는 것들을 자세히 살펴본 건 그리고 나서도 한참 후였다. 일단 펼쳐져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데에도 한참이 걸렸기에. 욕창방지 매트리스는 옥탑방의 옷장 속에 전기장판과 같이 놓여있었다. 아빠는 겨울옷들과 겨울난방용품을 옥탑방의 옷장 속에 넣어둔 듯 했다. 병원에 누운 아빠 곁에서 간병을 할 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매트리스를 보며 누워 있던 아빠를, 누워 있던 엄마를 지켜보던 시간들이 떠올라 한참을 그걸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콘센트를 꽂아 보니 잘 작동하고 있었다.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기부를 하고 싶었지만 의료기기는 기부가 안 된다고 해서 당근에 올려두었는데 아무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정리를 시작하던 초반에 올렸던 나눔글은 계속해서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고 오늘 문득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떠올라서 그곳에 올려보았더니 곧바로 누군가 요청했다. 충북 음성의 누군가가 꼭 필요했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곧바로 포장해서 택배로 부쳤다. 그리고 네이버에서도 곧이어 의료기기는 나눔이 불가하다고 글이 운영진에 의해 삭제되었다는 알람이 떴다.
와병중인 이에게는 꼭 필요한 기기이고 다만 매트의 역할을 할 뿐이지만 이것도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나눔이 불가하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정책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을 수밖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나눔은 완료한 상황이라 다만 이 매트리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던 그이가 누워있는 누군가의 간병에 힘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간병의 시간이 너무나 괴롭고 힘든 시간이기보다는 서로가 위안이 되고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감사의 시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보낸 매트리스가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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