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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빠 집을 정리하며

유품정리Day24. 부엌2차 정리. 50여년의 세월쌓인 건 하루만에 정리가 안 된다.

문성moonsong 2024. 11. 1. 23:56

부엌을 일차로 정리하고 기부도 마치고 나서는 한동안 부엌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절반도 줄어들지 않은 물건들, 꺼내두고 나니 더 많은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된 듯한 모습이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
특히 액자를 잔뜩 내리고 나서는 온몸이 아파서 한참을 쉬었고 그리고 나서도 부엌은 외면하고 다른 곳들을 정리했지만, 결국은 해야할 일이었기에 다시금 맘을 다잡았다. 50여년이 가까이 한 곳에서 사신 엄마아빠는 물건이 많을 수 밖에.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나가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미리 겁먹지 말자.

부엌의 물건들을 어떻게 분류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고 각 분류마다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색해본 결과, 깨끗이 씻어서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은 기부하고 재활용으로 내놓을 것들은 내놓기로 했다.
가장 먼저 먼지가 쌓이고 쌓여서 때가 되어버린 유리그릇들을 비롯한 자기그릇들과 스테인레스 그릇들, 물품들을 씻는데만 하루가 걸렸다.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늘 쓰는 그릇들만 썼지만 선물받거나 상으로 받거나 귀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더 아름다운 그릇들을 살아계실 때 마음껏 쓰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괜시리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지고 있기만 했기에 공간만 차지했던 그것들은 과연 엄마아빠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을까. 나중에는 열어보지도 않는 창고같이 되어버린 그릇장은 두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이 물건들에 엄마아빠의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제대로 쓰이는데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것이 두분을 잘 보내드리는 방법이리라 믿는다.

다음으론 그것들을 분류해서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포장하는데에 하루. 다음으론 기부할 수 없는 스테인레스, 알미늄, 플라스틱들을 재활용분류해서 내놓는데에 하루. 최소한의 -혹시라도 나중에 가족들이 모이면 쓸수도 있는 - 것들만 남기고 정리하자 역시 해가 지고 있었다. 대문앞에 재활용들을 품목별로 묶어 내놓고 언니와 허기를 채우러 나서는데 멀리서 마침 재활용수거차가 동네를 향해 오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동네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먹었다.  그래도 곧바로 들어가기보다는 몸을 푸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참을 걸어 산책을 하고 다시 돌아오자 대문앞에 두었던 재활용봉투들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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