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겨둔 전기용품들, 그 중에서도 형광등, 멀티탭, 케이블들을 정리해서 남겨두었다.
아빠는 집관리에 열심이었다. 1990년대 초반, 오래된 단층집을 다층집으로 짓고 전세를 주고 나서 시간이 지나며 집의 관리에도 세입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신경을 써야하는 일들이 자연스레 늘어났다. 언제부터인가 수리하는 이를 불러 고치는 비용을 아껴보겠다며 지인을 부르기도 하고 직접 고치려는 시도도 점차 늘어갔고 그들의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장비며 용품들을 늘려갔다.
수많은 짐들 그중에서도 마당의 많은 짐들과 부엌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그런 물건들이었다. 그 중에서 아직 쓰지 않은 새 것이거나 그나마 쓸만한 것들을 골라 박스에 담아 다른 공간에 옮겨두었다. 아빠가 하던 일들은 이제는 아마도 나 그리고 언니들이 하게 될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새삼스레 궁금했다.

아빠는 고장난 것들을 고치고 새 것으로 바꾸고 정리하고 청소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물건들로 이 집을 보수하고 관리하며 유지해나가면서 아빠는 어려웠을까 혹은 힘들었을까 혹은 뿌듯했을까 혹은 안심했을까. 내가 보았던 정원에서, 계단에서, 거실에서, 옥상에서, 그리고 골목길 대문 앞에서의 아빠의 표정들을 떠올리며 어쩌면 그 모든 감정들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빠, 당신에게 이 집이 당신 그 자체였나봐. 당신이 남긴 이 물건들과 이 집을 잘 보살피도록 노력해볼게. 응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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