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례식을 마치고 가족회의를 하면서 아빠의 집 정리를 내가 맡기로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은 것들을 정리할 때 힘들었으리라고 걱정하며 큰 언니가 틈나는 대로 돕겠다고 해주었다. 막내인 내가 먼저 그리고 혼자 부모님의 집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까닭은 무얼까. 지근거리에 살며 엄마아빠를 지켜보았기에 누구보다도 두분의 마지막 일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 뿐이었다. 어쩌면 정리를 끝내고 나면 알게 되겠지. 아빠의 상태가 급박하게 악화되고 결국 장례식까지 이어졌기에 장례식을 끝내고 나서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았기에 정리는 차근차근하겠노라고 선언해둔 터였다. 엄마의 물건들을 정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