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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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33

유품정리Day6. 7. 간병보조용구 나눔

여섯번째 날, 워커를 당근에 올렸다. 역시나 금세 몇 명에게 연락이 왔다. 간병하는 이들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간병하는 이들이 당근을 많이 찾기 때문일까. 나눔을 몇 번 해보면서 깨달은 건 모두에게 답장을 보내거나 모두에게 주지 못해서 마음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눔이벤트로 올리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가장 필요하거나 적절하게 쓸 사람으로 보이는 이에게로 연락하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해본 결과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정말로 필요한 이들은 대개 인사를 하고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주었는데 그렇지 않은 불쑥 내가 가져가고 싶다는 한 문장이 오곤 했다. 나눌때에도 물건을 가져가는데 인사를 하는 건 대개 꼭 필요한 이들이었고 그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유품정리Day5. 옷 정리 그리고 기부와 나눔

다섯번째 품목, 아빠의 옷을 정리했다. 가장 분량이 많고 가장 많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무엇. 엄마의 물건들 중에서도 옷을 정리하는 게 제일 힘들었더랬다. 아빠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병을 하러 병원에 가느라 급히 빨랫줄에서 걷어 개지 못하고 펼쳐두었던 옷들부터 그간의 일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아빠의 모든 옷들이 위치한 자리를 한장 한장씩 찍기 시작했다. 안방 침대. 옷걸이. 자개장. 서랍장. 서재의 서랍장. 작은 방의 옷장. 옥탑방의 옷장까지. 아빠는 왜 그랬을까. 옷을 집안 곳곳에 제각기 나누어 두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엄마가 남긴 추억을 지우듯. 모든 공간이 본인의 것임을 확인하듯. 의문을 품으며 사진을 다 찍고 큰언니가 오기를 기다렸다.우리는 마주하자마자 제법 익숙하게 곧바로 정..

유품정리Day4. 꽃 나눔

네번째 날, 집에 있던 조화들을 한데 모았다.아빠는 조화를 계단의 단마다 꽃병에 꽃아 두었더랬다. 조화 특유의 선명한 인공적인 색깔들을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아빠가 조화를 사기 시작한 건, 엄마의 치매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던 어느 날이었다. 아빠는 집안에 화분을 그리고 마당의 화단에 꽃을 심었다. 꽃을 피울 때가 되면 몇 번이고 꽃이 얼마나 예쁜지 보라고 이야기하는 아빠를 보며, 어쩌면  엄마에게 그리고 딸들에게 말을 걸줄 몰랐던 당신이 택한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혼자서 집밖으로 나들이는 커녕 햇살을 쬐러 나가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자 아빠는 엄마에게 당신이 보기에 화사한 꽃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꽃이 늘어 계단을 꽉 채우고 한참이 지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아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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