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날, 워커를 당근에 올렸다. 역시나 금세 몇 명에게 연락이 왔다. 간병하는 이들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간병하는 이들이 당근을 많이 찾기 때문일까. 나눔을 몇 번 해보면서 깨달은 건 모두에게 답장을 보내거나 모두에게 주지 못해서 마음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눔이벤트로 올리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가장 필요하거나 적절하게 쓸 사람으로 보이는 이에게로 연락하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해본 결과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정말로 필요한 이들은 대개 인사를 하고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주었는데 그렇지 않은 불쑥 내가 가져가고 싶다는 한 문장이 오곤 했다. 나눌때에도 물건을 가져가는데 인사를 하는 건 대개 꼭 필요한 이들이었고 그들은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들여 사진을 올리고 설명을 하고 약속을 잡고 그 물건을 들고 나가서 도움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났다가 그런 순간순간을 맞으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나눔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사람들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목도하게 하는 일이었다.
워커는 뼈암 수술을 하신 아버지의 재활을 위해서 쓰고 싶다는 어떤 분에게 드렸다. 고마워하며 토마토쥬스를 꺼내드신 그분에게 괜찮다고 정말로 먹지 않기에 가져가시는게 좋겠다고 사양하며 돌아섰다. 그분의 아버지가 이 워커로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일곱번째 날, 배변기 겸용 의자를 올렸고 필요하다는 이가 나타나서 나눔했다. 원목의 무게를 생각치못하고 3층에서 계단으로 내리다가 허리가 어쩐지 불편함을 느꼈는데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서성이며 기다리는 이들이 맘에 걸려 서두르다가 결국은 탈이 난 것 같았다.
얼른 건네주고 허리를 살펴야할 것 같아서 나눔을 하고 고맙다며 박카스한통을 건네는 손을 거절할 정신도 없었다. 나눔에 이렇게 다치기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 그래도 이게 그대로 방치되거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보다는 필요한 이에게 가는게 맞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나는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50여년 가까이 살며 엄마와 아빠가 누적해온 물건을 단시간에 혼자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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