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리뷰 #예술 #여행 #서울 #일상

엄마아빠 5

유품정리Day26.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분류가 가을과 함께 끝나간다.

굿윌스토어에서 다녀갔다. 15박스와 굿윌스토어에서 증정한 기증용 1봉투를 수거하러 오신 직원분과 함께 날랐다. 미처 일일이 사진을 찍지 못하고 박스에 포장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라 수량을 확인하려고 박스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일차적으로 기부하고 나서 발견한 곱게 보관해둔 옷들과 악세사리, 신발과 가방, 문구류와 잡화들. 역시 일차적으로 기부할 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그릇과 주방용품들. 고스란히 보관만 해두셨던 일회용품들. 모두 다시 새로운 이에게 쓰임을 다하는 편이 좋겠다 싶었다. 책들과 함께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분류하느라 늘어두었다가 책도 사라지고 수거도 마무리되고 나자 집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커튼까지도 정리하고 나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집이 되었다. 이제는 앨범이나 가족모임에 쓸 ..

유품정리Day25. 책정리. 아빠의 꿈, 환상 그리고 추억들을 나누다.

단일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갯수가 아닐까 싶은 품목이 바로 책이었다. 옷과 식기류 다음으로 나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던 것도 역시 책이었다. 책은 쌓이면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리 많은 짐이 아님에도 일인가구로 이사를 항 때마다 애를 먹인 것도 결국은 책이었기에 오십여년을 쌓아온 아빠의 책들은 부담을 넘어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아빠는 언니들이 떠난 방에도 내가 쓰던 방에도 서재를 만들어두고는 책을 나누어 보관하고 있었기에 두군데에서 책을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기부는 불가능했다. 아빠가 갖고 있는 책들은 워낙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10년 이하만 받는 기부처에는 택도 없었고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본 결과 헌책방에서도 사진부터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자세히 찍어서 보내고 나니 매입은 안 ..

유품정리Day24. 부엌2차 정리. 50여년의 세월쌓인 건 하루만에 정리가 안 된다.

부엌을 일차로 정리하고 기부도 마치고 나서는 한동안 부엌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절반도 줄어들지 않은 물건들, 꺼내두고 나니 더 많은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된 듯한 모습이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 특히 액자를 잔뜩 내리고 나서는 온몸이 아파서 한참을 쉬었고 그리고 나서도 부엌은 외면하고 다른 곳들을 정리했지만, 결국은 해야할 일이었기에 다시금 맘을 다잡았다. 50여년이 가까이 한 곳에서 사신 엄마아빠는 물건이 많을 수 밖에.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나가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미리 겁먹지 말자. 부엌의 물건들을 어떻게 분류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고 각 분류마다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색해본 결과, 깨끗이 씻어서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은 기부하고 재활용으로 내놓을 것들은 내놓..

유품정리Day23.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 정리, 물건엔 참 많은 기억이 얽혀있다.

욕실을 정리했다. 집에 선물로 들어왔으나 쓰지 않은 샴푸와 린스 비누와 세정제 치간칫솔 같은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도 하나하나 박스에 넣다가 그 물건들에 얽힌 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요양사님이 엄마를 씻기던 것, 우주복이라는 환자복을 입고 뽀얗고 말단 얼굴로 아기처럼 다 씻고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의 모습, 무릎이 아파서 찜질팩을 가져다달라 하던 엄마의 얕은 앓던 소리, 저녁 어둠속에 엄마가 안방에서 뒤척이던 그 감촉이 떠올랐다. 엄마.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 더는 아프지 않고..물건에는 참 많은 기억이 담겨 있다.

유품정리Day22. 아빠 신발들을 정리하며 물건의 의미를 생각하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미뤄두었던 신발장과 신발장위에 쌓여있던 신발상자들을 열었다. 열 켤레 남짓한 신발이 주인을 잃고 놓여 있었다. 큰 언니가 결혼 후에 엄마아빠, 네 자매, 총 여섯명의 신발을 넣을 때에는 한없이 좁았던 신발장이 이제는 텅 비어 아빠의 신발들이 있어도 휑하게 비어보였다.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무언가에 멈추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정리를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상태와 갯수를 확인하고 먼지를 털고 준비해두었던 종이박스에 차곡차곡 담았다. 몇 년 전 사주었던 넉넉한 아디다스 운동화를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올해 여름이 다가올 무렵 운동화가 닳아서 필요하다고 하셔서 새로이 주문했던 흰 운동화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니들이 결혼식에 입을 정장과 맞춰드린 구두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새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