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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빠 집을 정리하며

유품정리Day21. musicplayer 정리하며 엄마아빠를 떠올렸다.

문성moonsong 2024. 10. 29. 12:09

일차적으로 큰 분류를 마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힘들었다. 분류가 힘에 부치기도 했고 내 일들을 하면서 같이 한다는 야무진 꿈일뿐 사실은 내 일들이 뒤로 밀리거나 몸도 마음도 피곤에 지쳐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리를 매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며칠을 쉬고 다시  들여다볼 몸과 마음의 기력이 생겼을 때 다시 아빠 집 열쇠를 돌리고 들어섰다.
이번에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의 서랍과 장롱 위의 짐들까지 열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분류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은 기부할 수 있는 것들부터 종류별로 다시 모으기로 했다.
멀티뮤직플레이어 세개를 케아블과 함께 먼지를 털고 닦고 박스에 넣었다. 모두 오래도록 쓰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음악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었기에 아빠는 분명 쓰지 않고 그냥 두었을 것이다.

mp3플레이어는 엄마가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내가 선물한 것이었다. 쉽게 끄고 틀수있는 구조에 음악을 몇백곡 넣은 저장카드를 꽂아두어 켜기만 하면 엄마가 좋아하는 가곡, 찬송가, 클래식이 순서대로 나오도록 해두었더랬다. 나중에는 요양사님들이 엄마를 위해 틀곤 했다. 엄마는 기억을 많이 잃고 나서도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라부르기도 하고 웃음을 보였기에. 엄마는 잘 불렀던 가곡들,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던 가곡들은 거의 마지막까지도 모든 가사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밀려오는 기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라디오. 카세트테잎. 씨디플레이어. 엄마가 노래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왔던 것. 아직은 엄마가 우아하게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 앞에서 기쁨속에 웃음을 보이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빠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다시 먼지를 털고 닦고 사용설명서까지 함께 고스란히 상자에 넣었다.

어디선가 받아온 게 분명한 역시 멀티플레이어. 아빠는 정작 듣지 않았지만 음악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걸까? 음향기기들과 LP들이 고스란히 오랜시간 사용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걸 보며 이제는 아빠에게 물을 수 없는 의문이 떠돌았다.
그들이 낳은 딸인 나는 일상속에 늘 음악을 듣는 어른이 되었다. LP는 모두 내가 가지고 뮤직플레이어들은 잘 정리해서 누군가 유용히 쓸 이에게 보내주기로 한다.

엄마 늘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행복하길.
아빠 당신이 동경했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엄마와 함께 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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