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구들이 남았다.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가구를 매입하는 이들은 견적을 보내달라고 하고는 사진을 보고 모두 거절하고 말았다. 매입을 할 가치가 없는 가구라며 그냥 처분하라고 했다. 다들 이 집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오래되고 낡은 가구들이지만 그 중에서 딱 두가지 가치 있는 가구는 자개장 세트 그리고 데이베드였다.
특히 데이베드는 아빠가 거실에서 소파겸용 침대로 계속 사용한지 일이년밖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난 어느 날 거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빠가 그게 그렇게 사고싶었나 어이가 없었지만 혼자 지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사람들을 불러 차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는지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여름 내 아빠는 데이베드에 앉아 있곤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데이베드를 살피면 슬쩍 눈길을 던지고 무심히 하던 일을 하시는 그 모습을 보며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구나 하고 혹은 아빠가 코를 골며 주무시는 모습을 보며 안심했던 순간들.
아빠가 가고 남은 물건들이 순서대로 치워지고 이제 데이베드만 남고 나자 그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장수돌침대에서 구입한 장수돌소파(겸 데이베드)라는 건 슬쩍 밀어보았다가 옴짝달싹도 하지 않아 놀라서 상표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었다. 최근에도 판매하는 제품에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너무 묵직해서 방에서 방으로 옮길 때에도 기사를 불러서 해체해서 옮겨야하는 것이었다.
아빠는 어째서 이걸, 말을 더 이을 수 없었다.

계속 써야할까 팔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큰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마침 침대가 낡아서 정리하고 새로 구입하려던 차라고 해서 언니에게 보내기로 했다. 다행이었다. 아빠의 물건 중에 무엇을 누군가가 이어서 쓸 수 있다는 게.
아빠. 당신이 큰맘먹고 사서 애지중지 쓰던 걸 보내는 것보다 언니랑 형부가 이어서 쓰는 것 아빠도 낫지? 당신이 앉아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기쁘게 이야기 나눌 때 당신도 위에서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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