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유품정리업체를 불렀다.
정리를 하는 한편으로 정리견적을 알아보고 날짜를 조율하고 있었고 정리가 끝나는 날에 맞추어 마지막 정리와 청소를 맡기게 된 것이다.
유품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처음에는 큰 형부덕분이었다. 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업체를 이용하라며 링크를 가족단톡방에 보내주었다. 막연히 나 역시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니 업체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알아보며 우리집은 두분이 오래사시며 쌓아둔 물건이 너무 많아서 먼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그리고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분류해두고 정리해두지 않으면 싸그리 버려진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사전정리가 시작되고는 가시밭길처럼 두달이 지났다. 물건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켜있었고 분류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분류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두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하소연도 하며 다시 돌아와 정리하고 정리하다보니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여러업체들 견적을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견적을 내며 알게 된 것은,
- 소위 이름을 걸고 개별광고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지역의 업체들 그리고 숨고와 당근 같은 플랫폼에서 경쟁하는 업체들에 비해 단가가 제법 높다는 것.
- 업체들은 보통 사진, 통화설명, 현장방문을 통해서 견적을 내고 현장방문까지 내야 좀더 정확하다는 것.
- 견적이후에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시작전에 정확히 금액과 추가방식을 확인해야한다는 것.
- 보통 최소 1톤트럭기준 폐기물수거 50만원 인건비 인당 20만 사다리차 20만으로 구분하여 단가를 측정한다는 것.
결국 물건의 분량, 작업인원, 사다리차사용여부가 견적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집은 사실상 가장 불리한 경우라 할 수 있었다. 물건은 50여년을 모아두어 너무 많았고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주택에 2층이라 사다리차를 사용해야한다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차근차근 홈페이지와 견적담당이 따로있는 규모있는 업체, 지역의 업체, 플랫폼에서 견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업체들 중에서도 후기가 많은 업체들에 견적을 문의했다. 마지막 물건들을 내려 따로 보관한 뒤 곳곳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현장견적이 가능한 곳들은 일정을 잡아 총 여덟군데와 상담을 했다. 대략 트럭 5대부터 2대분량이라는 의견에 사다리차가 필요하구나 내부에서 폐기하겠다는 의견들, 최고 900만원부터 최저 140까지, 제각기 다른 업체들에 후보군을 좁혀서 좀 더 상세히 의견을 주고받았다.
추가금을 받지 않겠다는 확답을 준 업체들 그 중에서도 정성스레 답변해주시며 고민이었던 가구들의 사다리차문제도 분해해서 내리는 것으로 정리해주신 업체에 의뢰를 결정했다. 일주일후로 일정을 잡고 당일날, 아침7시에 업체는 도착해 준비해주셨다. 나는 까치집 머리로 달려나가 무거워 옮기지 못했지만 남길 것, 위치를 변경할 것들을 알려드리고 거듭 부탁드렸다.


작업은 이틀에 걸쳐 이어졌다.
유품정리를 하며 고됨을 계속 느꼈기에 중간중간 작업하시는 분들에게 간식과 음료를 사다드렸다. 사진상보다 그리고 작업전 생각했던 것보다 물건이 많다며 놀라시는 업체분들에게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도 끝없이 나오는 물건에 남기는 것들만 꺼내는 걸 택했으니. 그럼에도 우리집보다 심각한 집들도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며 정리를 이어나가는 분들에게 감사하고도 미안할 따름이었다.
업체에서는 분류와 작업과정에 대한 논의, 정리상태 체크까지 많은 이들이 온라인상으로 혹은 통화나 문자로 한다고 했다. 걱정말고 일 보시라며 조금이라도 도우려니 손사래를 치고 가시라고 만류하셨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순 없었기에 중간과정과 마지막 마무리과정에 맞추어 일정을 조정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마지막에 빼먹은 것들을 몇가지 말씀드려 치우며 지키기를 잘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분량이 너무 많아 트럭에 다 싣지 못한 재활용품들 -플라스틱수납함, 봉옷걸이, 철제가구프레임등- 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드릴 간식을 사들고 정산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분량이 많아서 비용이 오버되었다며 곤란한 얼굴로 재활용수거와 추가 10만원을 이야기하시는데 처음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다 엄마아빠의 누적된 물건들과 씨름하고 2층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 그분들에게 그정도의 금액을 더 드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곧바로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추가금을 드리고 가시는 길에 요기하시라도 간식을 쥐어드리고 인사를 나눴다.
업체트럭이 떠나고 마당 물청소작업을 한 번더 하고 대문을 닫았다. 남아있는 재활용품을 인터넷에 대형폐기물로 입력해 신고하고 부여받은 번호를 붙이자 이미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밤사이 비가 눈으로 바뀌고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 안내문자가 울렸다. 추위가 시작되기 전 끝내게 된 것이 감사했다.
아빠가 여름끝자락에 떠나고 가을 내 아빠의 물건들 엄마와의 시간들을 정리하고 나자 겨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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