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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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29

유품정리Day26.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분류가 가을과 함께 끝나간다.

굿윌스토어에서 다녀갔다. 15박스와 굿윌스토어에서 증정한 기증용 1봉투를 수거하러 오신 직원분과 함께 날랐다. 미처 일일이 사진을 찍지 못하고 박스에 포장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라 수량을 확인하려고 박스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일차적으로 기부하고 나서 발견한 곱게 보관해둔 옷들과 악세사리, 신발과 가방, 문구류와 잡화들. 역시 일차적으로 기부할 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그릇과 주방용품들. 고스란히 보관만 해두셨던 일회용품들. 모두 다시 새로운 이에게 쓰임을 다하는 편이 좋겠다 싶었다. 책들과 함께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분류하느라 늘어두었다가 책도 사라지고 수거도 마무리되고 나자 집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커튼까지도 정리하고 나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집이 되었다. 이제는 앨범이나 가족모임에 쓸 ..

유품정리Day24. 부엌2차 정리. 50여년의 세월쌓인 건 하루만에 정리가 안 된다.

부엌을 일차로 정리하고 기부도 마치고 나서는 한동안 부엌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절반도 줄어들지 않은 물건들, 꺼내두고 나니 더 많은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된 듯한 모습이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뿐. 특히 액자를 잔뜩 내리고 나서는 온몸이 아파서 한참을 쉬었고 그리고 나서도 부엌은 외면하고 다른 곳들을 정리했지만, 결국은 해야할 일이었기에 다시금 맘을 다잡았다. 50여년이 가까이 한 곳에서 사신 엄마아빠는 물건이 많을 수 밖에.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나가다보면 끝이 보이겠지. 미리 겁먹지 말자. 부엌의 물건들을 어떻게 분류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고 각 분류마다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색해본 결과, 깨끗이 씻어서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은 기부하고 재활용으로 내놓을 것들은 내놓..

유품정리Day23.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 정리, 물건엔 참 많은 기억이 얽혀있다.

욕실을 정리했다. 집에 선물로 들어왔으나 쓰지 않은 샴푸와 린스 비누와 세정제 치간칫솔 같은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도 하나하나 박스에 넣다가 그 물건들에 얽힌 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요양사님이 엄마를 씻기던 것, 우주복이라는 환자복을 입고 뽀얗고 말단 얼굴로 아기처럼 다 씻고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의 모습, 무릎이 아파서 찜질팩을 가져다달라 하던 엄마의 얕은 앓던 소리, 저녁 어둠속에 엄마가 안방에서 뒤척이던 그 감촉이 떠올랐다. 엄마.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 더는 아프지 않고..물건에는 참 많은 기억이 담겨 있다.

유품정리Day22. 아빠 신발들을 정리하며 물건의 의미를 생각하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미뤄두었던 신발장과 신발장위에 쌓여있던 신발상자들을 열었다. 열 켤레 남짓한 신발이 주인을 잃고 놓여 있었다. 큰 언니가 결혼 후에 엄마아빠, 네 자매, 총 여섯명의 신발을 넣을 때에는 한없이 좁았던 신발장이 이제는 텅 비어 아빠의 신발들이 있어도 휑하게 비어보였다.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무언가에 멈추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정리를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상태와 갯수를 확인하고 먼지를 털고 준비해두었던 종이박스에 차곡차곡 담았다. 몇 년 전 사주었던 넉넉한 아디다스 운동화를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올해 여름이 다가올 무렵 운동화가 닳아서 필요하다고 하셔서 새로이 주문했던 흰 운동화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니들이 결혼식에 입을 정장과 맞춰드린 구두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새 ..

유품정리Day21. musicplayer 정리하며 엄마아빠를 떠올렸다.

일차적으로 큰 분류를 마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힘들었다. 분류가 힘에 부치기도 했고 내 일들을 하면서 같이 한다는 야무진 꿈일뿐 사실은 내 일들이 뒤로 밀리거나 몸도 마음도 피곤에 지쳐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리를 매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며칠을 쉬고 다시 들여다볼 몸과 마음의 기력이 생겼을 때 다시 아빠 집 열쇠를 돌리고 들어섰다. 이번에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의 서랍과 장롱 위의 짐들까지 열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분류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은 기부할 수 있는 것들부터 종류별로 다시 모으기로 했다. 멀티뮤직플레이어 세개를 케아블과 함께 먼지를 털고 닦고 박스에 넣었다. 모두 오래도록 쓰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음악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었기..

유품정리Day20. 나이듦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게 한 돋보기 정리

7개의 돋보기가 나왔다. 아빠의 서재 책상 위에서, 서랍에서, 수납장에서, TV앞에서. 왜 이렇게 많은 돋보기를 갖고 계셨을까. 엄마 것도 아빠 것도 한 번도 정리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계속 시간이 지나며 필요한 돋보기가 달라지셨을지도 모르겠다. 확대되는 크기가 두께 무게나 걸리는 부분이 불편하셔서 새로운 걸 찾게 되신 것도 있으리라. 나는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그로 인한 불편을 겪으며 물건이 늘어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엄마아빠를 보며 느끼곤 했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큰 도움을 주기에 요긴하게 쓰이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일에 물건을 다루는 일이 더해져 더디고 피곤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도. 늙는다는 건 쓸쓸하고 서러운 일이라는 말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순간이..

유품정리Day19. 마음을 아리게 한 한복 정리

구석구석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곳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맘먹고 목장갑을 끼고 자개장위의 상자들을 내려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었다.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렸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아기인 내곁에 선 아빠가 입고 있던 강렬한 초록 마고자. 검은색 두루마기. 언니들이 결혼할 때 맞추었던 엄마 그리고 아빠의 한복들.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들 속에 하나씩 만져보았다. 곱디고운 주단. 엄마와 아빠는 중요한 날에만 꺼내어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아서 박스에 넣고 신발장도 정리하다가 엄마의 꽃신까지 발견했다. 눈물이 쏟아질까봐 서둘러 먼지를 털고 박스에 담았다. 굿윌스토어에 물품기부신청을 했다. 누군가가 이 옷을 기쁘게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귀한 날 곱게 다장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환히..

유품정리Day18. 서예. 한국화. 목판글씨 나눔. 아빠는 이 모든 액자를 갖고 싶어 했을까.

남은 액자들을 마지막으로 나눔한 사람은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는 어느 분이었다. 마침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나눔을 보게 되었고 금세 처분하거나 할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갖고 있을거라며 모두 자신에게 주어도 좋다고 하셨다. 처음에 만났던 무례한 -황학동에서 팔아먹겠다던- 사람이 떠올라서 약간 경계를 했지만 근처로 곧바로 오겠다며 명함을 먼저 보내와서 우선은 한국화 중에 특히 무겁고 큰 것들을 보내기로 했다. 두어명 신청했던 이들이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까먹었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상황이었는데 일러준 대로 suv차량으로 와서 뒷좌석을 눕혀 자리를 만들고는 무거우면 자신이 들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앤틱을 모으고 있고 모은 것들만 컨테이너 두박스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림들을 모으고..

유품정리Day17. 정물화. 풍경자수. 풍경사진 나눔

이번에는 옥상정원에 걸고 싶다는 어떤 분이 당근나눔을 신청하셨다. 걸고 소중히 보시겠다는 말에 개방공간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반코팅된 정물화와 자수 풍경화를 드리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카트에 혹시나 싶어 사진풍경화까지 챙겨서 싣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이번에도 미리 큰 액자이니 차를 가져오셔야 한다는 귀뜸 덕인지 suv 한 대가 나타났다. 나이 지그하신 분이 서둘러 내리며 반가워 하셨다. 너무 고맙다고 어떻게 이런 걸 나누냐고 거듭 말씀하시길래 가서 즐겁게 감상하시면 된다고 혹시나 풍경화도 하나 가져가실까 하고 가져왔다고 했더니, 정말 감사하다며 갖고 싶었는데 너무 과한 부탁일까봐 말씀을 못하셨다고 했다. 모두 가져가셔도 좋다는 말에 행복해하는 그분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 ..

유품정리Day16. 풍경사진 나눔하며 속상함도 털어버리기

폭우가 쏟아지던 금요일 너무 속상한 일이 일어났다. 당근에 액자들을 모아서 올렸을 때 한꺼번에 가져가겠다고 몇 번이나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펑크내고 말았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액자를 나눔하는 날짜를 정하면서 내가 가능한 날은 금요일부터지만 금요일에는 며칠전부터 비가 온다고 예고가 된 날이라 비가 온다고 하니 다른 날 가져가는 건 어떠신지 물어봤었다. 가능한 날은 금요일 이후로 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한사코 금요일에 가져가겠다고 비가 온다고 해도 많이 오지 않을 거라며 가져갈 수 있다고 자신해서 반신반의 하면서도 알겠다고 그럼 조금 일찍 당겨서 대문앞에 내려놓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 당일.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오전에도 한 번 물었고 기어이 가져가겠노라며 주말에 황학동에 가져가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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