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리뷰 #예술 #여행 #서울 #일상

정리 42

유품정리Day23.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 정리, 물건엔 참 많은 기억이 얽혀있다.

욕실을 정리했다. 집에 선물로 들어왔으나 쓰지 않은 샴푸와 린스 비누와 세정제 치간칫솔 같은 욕실용품 그리고 찜질팩도 하나하나 박스에 넣다가 그 물건들에 얽힌 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요양사님이 엄마를 씻기던 것, 우주복이라는 환자복을 입고 뽀얗고 말단 얼굴로 아기처럼 다 씻고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의 모습, 무릎이 아파서 찜질팩을 가져다달라 하던 엄마의 얕은 앓던 소리, 저녁 어둠속에 엄마가 안방에서 뒤척이던 그 감촉이 떠올랐다. 엄마.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 더는 아프지 않고..물건에는 참 많은 기억이 담겨 있다.

유품정리Day22. 아빠 신발들을 정리하며 물건의 의미를 생각하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미뤄두었던 신발장과 신발장위에 쌓여있던 신발상자들을 열었다. 열 켤레 남짓한 신발이 주인을 잃고 놓여 있었다. 큰 언니가 결혼 후에 엄마아빠, 네 자매, 총 여섯명의 신발을 넣을 때에는 한없이 좁았던 신발장이 이제는 텅 비어 아빠의 신발들이 있어도 휑하게 비어보였다.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무언가에 멈추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정리를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상태와 갯수를 확인하고 먼지를 털고 준비해두었던 종이박스에 차곡차곡 담았다. 몇 년 전 사주었던 넉넉한 아디다스 운동화를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올해 여름이 다가올 무렵 운동화가 닳아서 필요하다고 하셔서 새로이 주문했던 흰 운동화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니들이 결혼식에 입을 정장과 맞춰드린 구두도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새 ..

유품정리Day21. musicplayer 정리하며 엄마아빠를 떠올렸다.

일차적으로 큰 분류를 마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힘들었다. 분류가 힘에 부치기도 했고 내 일들을 하면서 같이 한다는 야무진 꿈일뿐 사실은 내 일들이 뒤로 밀리거나 몸도 마음도 피곤에 지쳐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리를 매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며칠을 쉬고 다시 들여다볼 몸과 마음의 기력이 생겼을 때 다시 아빠 집 열쇠를 돌리고 들어섰다. 이번에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의 서랍과 장롱 위의 짐들까지 열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분류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은 기부할 수 있는 것들부터 종류별로 다시 모으기로 했다. 멀티뮤직플레이어 세개를 케아블과 함께 먼지를 털고 닦고 박스에 넣었다. 모두 오래도록 쓰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음악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었기..

유품정리Day20. 나이듦의 수고로움을 생각하게 한 돋보기 정리

7개의 돋보기가 나왔다. 아빠의 서재 책상 위에서, 서랍에서, 수납장에서, TV앞에서. 왜 이렇게 많은 돋보기를 갖고 계셨을까. 엄마 것도 아빠 것도 한 번도 정리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계속 시간이 지나며 필요한 돋보기가 달라지셨을지도 모르겠다. 확대되는 크기가 두께 무게나 걸리는 부분이 불편하셔서 새로운 걸 찾게 되신 것도 있으리라. 나는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그로 인한 불편을 겪으며 물건이 늘어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엄마아빠를 보며 느끼곤 했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큰 도움을 주기에 요긴하게 쓰이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일에 물건을 다루는 일이 더해져 더디고 피곤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도. 늙는다는 건 쓸쓸하고 서러운 일이라는 말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던 순간이..

유품정리Day19. 마음을 아리게 한 한복 정리

구석구석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곳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맘먹고 목장갑을 끼고 자개장위의 상자들을 내려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었다.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렸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아기인 내곁에 선 아빠가 입고 있던 강렬한 초록 마고자. 검은색 두루마기. 언니들이 결혼할 때 맞추었던 엄마 그리고 아빠의 한복들.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들 속에 하나씩 만져보았다. 곱디고운 주단. 엄마와 아빠는 중요한 날에만 꺼내어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아서 박스에 넣고 신발장도 정리하다가 엄마의 꽃신까지 발견했다. 눈물이 쏟아질까봐 서둘러 먼지를 털고 박스에 담았다. 굿윌스토어에 물품기부신청을 했다. 누군가가 이 옷을 기쁘게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귀한 날 곱게 다장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환히..

유품정리Day18. 서예. 한국화. 목판글씨 나눔. 아빠는 이 모든 액자를 갖고 싶어 했을까.

남은 액자들을 마지막으로 나눔한 사람은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는 어느 분이었다. 마침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나눔을 보게 되었고 금세 처분하거나 할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갖고 있을거라며 모두 자신에게 주어도 좋다고 하셨다. 처음에 만났던 무례한 -황학동에서 팔아먹겠다던- 사람이 떠올라서 약간 경계를 했지만 근처로 곧바로 오겠다며 명함을 먼저 보내와서 우선은 한국화 중에 특히 무겁고 큰 것들을 보내기로 했다. 두어명 신청했던 이들이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까먹었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상황이었는데 일러준 대로 suv차량으로 와서 뒷좌석을 눕혀 자리를 만들고는 무거우면 자신이 들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앤틱을 모으고 있고 모은 것들만 컨테이너 두박스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림들을 모으고..

유품정리Day17. 정물화. 풍경자수. 풍경사진 나눔

이번에는 옥상정원에 걸고 싶다는 어떤 분이 당근나눔을 신청하셨다. 걸고 소중히 보시겠다는 말에 개방공간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반코팅된 정물화와 자수 풍경화를 드리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카트에 혹시나 싶어 사진풍경화까지 챙겨서 싣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이번에도 미리 큰 액자이니 차를 가져오셔야 한다는 귀뜸 덕인지 suv 한 대가 나타났다. 나이 지그하신 분이 서둘러 내리며 반가워 하셨다. 너무 고맙다고 어떻게 이런 걸 나누냐고 거듭 말씀하시길래 가서 즐겁게 감상하시면 된다고 혹시나 풍경화도 하나 가져가실까 하고 가져왔다고 했더니, 정말 감사하다며 갖고 싶었는데 너무 과한 부탁일까봐 말씀을 못하셨다고 했다. 모두 가져가셔도 좋다는 말에 행복해하는 그분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 ..

유품정리Day16. 풍경사진 나눔하며 속상함도 털어버리기

폭우가 쏟아지던 금요일 너무 속상한 일이 일어났다. 당근에 액자들을 모아서 올렸을 때 한꺼번에 가져가겠다고 몇 번이나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펑크내고 말았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액자를 나눔하는 날짜를 정하면서 내가 가능한 날은 금요일부터지만 금요일에는 며칠전부터 비가 온다고 예고가 된 날이라 비가 온다고 하니 다른 날 가져가는 건 어떠신지 물어봤었다. 가능한 날은 금요일 이후로 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한사코 금요일에 가져가겠다고 비가 온다고 해도 많이 오지 않을 거라며 가져갈 수 있다고 자신해서 반신반의 하면서도 알겠다고 그럼 조금 일찍 당겨서 대문앞에 내려놓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 당일. 아침부터 흐린 날씨에 오전에도 한 번 물었고 기어이 가져가겠노라며 주말에 황학동에 가져가서 물건..

유품정리Day15. 약품류 두번째 정리

정리를 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약이 나왔다. 엄마가 와병중이던 시절 간병인 선생님이 부탁했던 관장약, 아빠가 눈이 침침해져 쓰던 안약들, 물파스, 피부약을 보며 아빠가 호소하던 통증들이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게 하는 근육통, 간지럼증•••. 나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슬픔이 어리는 게 참 싫었다. 엄마와 아빠의 설움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면 우리 웃으며 받아들여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당신들처럼 나도 늙어가며 아픈 순간들에 서러울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엄마, 아빠, 더는 아프지 않고 평안히 쉬었으면 해.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지켜봐주었으면 해.

유품정리Day14. 산수화. 괴석도 나눔

아빠가 가지고 있던 액자들을 사진찍어 당근에 올리곤 그런 류의 액자(그림)들이 아빠와 같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했다. 번호를 붙여 갖고싶은 걸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어떤 분이 신수화와 괴석도를 갖고 싶다고 하셨다.흔쾌히 시간약속을 정하고 당일날, 시간에 맞춰 액자를 내렸다. 산수화는 가로길이가 양팔이 닿지 않을 만큼 컸고 못에 걸린 걸이를 하나 빼자마자 묵직한 무게에 넘어질 뻔 했다. 조심스럽게 애를 쓰며 내리고도 계단을 지나 대문앞까지 혹시라도 무게 때문에 떨어뜨릴까봐 그래서 액자프레임이나 유리에 손상이 갈까봐 손과 팔에 온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대문앞까지 가져다 두고 잠시 마트에 들렀는데 마침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하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잠시 밖에 나와있는데 액자들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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