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아빠의 필수품이었고 늘 집에는 의자가 많았다. 아빠는 마지막 몇년을 대부분의 시간 의자에 앉아서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 나누며 보냈다. 혼자가 되기 전 엄마와 함께할 때에도, 우리들이 아직 본가에 살 때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가족수가 많아서, 늘 의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빠가 가고 난 빈 집을 가만히 둘러볼 때마다 새삼 의자가 많은 걸 느꼈다. 정리를 하면서 의자들을 찍고 당근에 올렸다. 며칠이 지나서야 당근에 올려두었던 팔걸이 의자 한쌍을 가져가겠다는 분이 나타났다. 유품을 정리하는 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어쩌면 당신을 애도하는 시간만큼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