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리뷰 #예술 #여행 #서울 #일상

전체 글 93

유품정리Day15. 약품류 두번째 정리

정리를 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약이 나왔다. 엄마가 와병중이던 시절 간병인 선생님이 부탁했던 관장약, 아빠가 눈이 침침해져 쓰던 안약들, 물파스, 피부약을 보며 아빠가 호소하던 통증들이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게 하는 근육통, 간지럼증•••. 나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슬픔이 어리는 게 참 싫었다. 엄마와 아빠의 설움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면 우리 웃으며 받아들여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당신들처럼 나도 늙어가며 아픈 순간들에 서러울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엄마, 아빠, 더는 아프지 않고 평안히 쉬었으면 해.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지켜봐주었으면 해.

[서울] 용산 2024.05.11-06.15. <Richard Misrach>, 페이스갤러리

전시장소: 페이스갤러리 서울전시기간: 2024.05.11-06.15.전시작가: Richard Misrach관람방법: 현장방문, 관람료 무료Richard Misrach(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주로 활동하며 미국사회의 사회, 정치, 환경적인 문제를 포착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사진이미지로 유명한 작가로 1970년대부터 컬러사진으로 자연과 인간으로 인한 영향들을 포착해왔음)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기존의 시리즈와 최초 선보이는 작업들이 소개되는 전시갤러리 1층: 1990년대 초부터 2019년까지의 작품들 중에서 On the Beach, Desert Cantos, Icarus Suite시리즈의 일부를 소개, 자연, 인간, 자연 속에서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모습들을 포착한 작품 세계 소개갤러리 2층: 코비드19 팬데믹..

[서울] 2024.03.28-11.2 <흰: 원형> 성북구립미술관

전시장소: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전시기간: 2024.03.28-11.02.전시작가: 최만린 관람방법: 현장방문, 관람료 무료최만린의 석고원형조각만 선보이는 최초의 전시로 1958년부터 마지막 시기인 2010년대까지 60여년의 그의 작업을 우르는 전시, 대표 석고원형 54점과 드로잉 11점 등 총 65점 작품 소개작가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여년간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로 삼았던 공간이 성북구립미술관 분관으로 단장하여 한국 현대추상조각의 대표작가로서 그의 삶과 작품을 돌아보는 동시에 그의 작품 대부분이 탄생한 공간으로서 '근원적 장소로의 회귀'로서 전시 Review: 한국 초창기 추상조각을 올림픽공원이나 대형 빌딩 앞의 지루한 장식품으로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작품으로 오롯이 감상하고 작품을 만들..

유품정리Day14. 산수화. 괴석도 나눔

아빠가 가지고 있던 액자들을 사진찍어 당근에 올리곤 그런 류의 액자(그림)들이 아빠와 같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했다. 번호를 붙여 갖고싶은 걸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어떤 분이 신수화와 괴석도를 갖고 싶다고 하셨다.흔쾌히 시간약속을 정하고 당일날, 시간에 맞춰 액자를 내렸다. 산수화는 가로길이가 양팔이 닿지 않을 만큼 컸고 못에 걸린 걸이를 하나 빼자마자 묵직한 무게에 넘어질 뻔 했다. 조심스럽게 애를 쓰며 내리고도 계단을 지나 대문앞까지 혹시라도 무게 때문에 떨어뜨릴까봐 그래서 액자프레임이나 유리에 손상이 갈까봐 손과 팔에 온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간신히 대문앞까지 가져다 두고 잠시 마트에 들렀는데 마침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하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잠시 밖에 나와있는데 액자들은 대..

[서울] 2024.04.25-07.21 <유근택: 오직 한 사람> 성북구립미술관

전시장소: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전시실전시기간: 2024.04.25.-07.21.전시작가: 유근택 관람방법: 현장방문, 관람료 무료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초기 작품부터 2024년 최신작 포함하여 회화, 목판, 드로잉 등 160여 점 소개1 전시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성북동 일대 풍경을 그린 대형 신작과 미공개 회화 2 전시실: 유근택의 목판에 관한 작업관과 그 세계를 조명하는 첫 전시로 수십 년간 작업해 온 140여 점 이상의 주요 목판 작품 review: 유근택은 전시서문에서도 언급하듯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아름다운 작업들을 선보여왔고 나 역시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에서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성북구립미술관에서 기획전시로 선보이는 유근택의 개인전은 ..

[Notice] 리뷰를 위한 게시판입니다. Here is for art review

리뷰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기존에 브런치플랫폼에서 활동했던 영화리뷰기록을 이곳에 옮기고 종종 보러가는 전시며 아트프로젝트들도 흘려보내지 않고 일기장에 적던 메모를 기록으로 발전시켜보기로 했다. 내 취향을 확인하고 안목을 발전시키도록, 아름다운 것을 더욱 아름답게 향유하고 싶어서. 영화, 전시, 아트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유품정리Day13. 화조 자수 액자 나눔

화조자수 액자를 나누었다. 당근으로 나눔하기로 한 시간은 저녁 8시 반이었다. 표구된 액자는 꽤나 무겁기에 일찌감치 내려놓았다가 약속시간에 맞게 들고 나가는 길에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 과정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먼지가 쌓인 액자를 닦다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자수의 세부가 보였다. 한 쌍의 새 그리고 모란꽃. 글씨까지 꽤 예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아빠는 이 화조 자수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약속시간을 넘겨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이에게 채팅을 보냈더니 길을 잘못들어서 헤매고 있다는 답을 받았다. 주소까지 보냈는데 도대체 어디일까 답답해하다가 지도를 캡쳐해서 정확한 위치를 표시해서 보내드렸다. 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난 이는 아마도 육십대는 넘으셨을 여성분이셨다.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고 ..

카테고리 없음 2024.10.14

유품정리Day12. 의자 나눔

의자는 아빠의 필수품이었고 늘 집에는 의자가 많았다. 아빠는 마지막 몇년을 대부분의 시간 의자에 앉아서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 나누며 보냈다. 혼자가 되기 전 엄마와 함께할 때에도, 우리들이 아직 본가에 살 때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가족수가 많아서, 늘 의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아빠가 가고 난 빈 집을 가만히 둘러볼 때마다 새삼 의자가 많은 걸 느꼈다. 정리를 하면서 의자들을 찍고 당근에 올렸다. 며칠이 지나서야 당근에 올려두었던 팔걸이 의자 한쌍을 가져가겠다는 분이 나타났다. 유품을 정리하는 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어쩌면 당신을 애도하는 시간만큼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아빠.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유품정리Day11. 화이트보드 나눔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빠는 어딘가에서 이 화이트 보드를 가져오셨고 그대로 한켠에 놓여있던 이 보드를 쓴 건 나였다. 엄마가 한창 깜박깜박하는 증상이 심각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잊지 말아야할 것들을 이곳에 적어주었다. 내가 집에 없어도 보고서 기억할 수 있도록 엄마가 잠에서 깨면 늘 시간을 보내던 거실 소파옆에 두었더랬다. 하지만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는 보드를 보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 듯 했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보드는 누구도 쓰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빠도 돌아가시고 이 보드를 당근에 내놓았고 어느 청년이 가져갔다. 엄마, 이제는 보드가 필요없지? 아빠는, 만났어? 그곳에서 엄마가 아빠를 보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