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약이 나왔다. 엄마가 와병중이던 시절 간병인 선생님이 부탁했던 관장약, 아빠가 눈이 침침해져 쓰던 안약들, 물파스, 피부약을 보며 아빠가 호소하던 통증들이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게 하는 근육통, 간지럼증•••. 나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슬픔이 어리는 게 참 싫었다. 엄마와 아빠의 설움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면 우리 웃으며 받아들여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건 차마 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당신들처럼 나도 늙어가며 아픈 순간들에 서러울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엄마, 아빠, 더는 아프지 않고 평안히 쉬었으면 해.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를 지켜봐주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