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갯수가 아닐까 싶은 품목이 바로 책이었다. 옷과 식기류 다음으로 나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던 것도 역시 책이었다. 책은 쌓이면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리 많은 짐이 아님에도 일인가구로 이사를 항 때마다 애를 먹인 것도 결국은 책이었기에 오십여년을 쌓아온 아빠의 책들은 부담을 넘어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아빠는 언니들이 떠난 방에도 내가 쓰던 방에도 서재를 만들어두고는 책을 나누어 보관하고 있었기에 두군데에서 책을 모으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기부는 불가능했다. 아빠가 갖고 있는 책들은 워낙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10년 이하만 받는 기부처에는 택도 없었고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본 결과 헌책방에서도 사진부터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자세히 찍어서 보내고 나니 매입은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