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리뷰Moonsong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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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16

유품정리Day32. 아빠의 데이베드, 큰 언니의 소파로

많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구들이 남았다.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가구를 매입하는 이들은 견적을 보내달라고 하고는 사진을 보고 모두 거절하고 말았다. 매입을 할 가치가 없는 가구라며 그냥 처분하라고 했다. 다들 이 집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오래되고 낡은 가구들이지만 그 중에서 딱 두가지 가치 있는 가구는 자개장 세트 그리고 데이베드였다. 특히 데이베드는 아빠가 거실에서 소파겸용 침대로 계속 사용한지 일이년밖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난 어느 날 거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빠가 그게 그렇게 사고싶었나 어이가 없었지만 혼자 지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사람들을 불러 차마시거나 점심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는지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여름 내 아빠는 데이베드에 앉아 있곤 했다. 현관문을 열고..

유품정리Day31. 유품을 정리하며 맞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 이를테면 필리핀에서 온 가톨릭신자와의 조우.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며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을 맞는다. 이를테면, 필리핀에서 온 독실한 카톨릭 신자와의 당근나눔의 순간. 그리고 서로의 앞날을 기도해주며 헤어지는 따뜻한 마음을 마주하는 일. 시작은 당근에 나눔으로 오래된 전기그릴을 내놓은 것이었다. 아빠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구석진 공간에 몇 년간 쌓여있던 것들을 드디어 꺼내어 확인하게 되었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그 전기그릴이었다. 삼성마크가 선명하긴 했지만 오래 전부터 쓰고는 제대로 닦아두지 않았는지 기름때가 먼지와 함께 엉겨 더러운 상태였다. 그대로 소형가전폐기물로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쓸 이를 찾아 나눔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고 당근에 내놓았다. 물론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기름때가 찐득하게 눌러붙은 물건을 그 누가 ..

유품정리Day30. 다리미가 필요한 이에게, 다리미를.

다리미를 당근 나눔으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 다리미는 내가 사용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그랬다. 정리를 하면서 깨달은 건 아빠는 우리 가족이 사용한 적이 없는 오래된 물건들을 많이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내놓은 것을 계속해서 가져왔던 것이리라. 이 다리미 역시 그중의 하나였다. 아빠는 버려지는 물건들이 아까웠던 것이리라. 그래서 그 물건들을 방에 거실에 옥상에 마당에 모아두고 언젠가 쓸 날을 기다렸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주려 했던 걸까. 이제는 당신이 가고 내가 이 물건들을 대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되었다. 콘센트를 꽂아 테스트해보니 충분히 뜨거워지는 다리미 열판. 우선 기부기준에 맞는지 확인해보려고 살펴보아도 제조년월일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10년은 ..

유품정리Day29. 밥솥을 나누며 고마움은 표현하는 것이라는 걸 생각했다.

밥솥을 당근으로 나눴다. 기부로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기부영수증도 발행되지만 기부를 받는 단체들은 10년이 넘은 전자제품은 받지 않는다. 전자제품외에도 다양한 물품에 대한 제한조건이 있기에 품목에 대한 기준을 자세히 적어둔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봐야한다. 당연히 이해가 된다. 기부를 받은 물건이 쓸모가 없다면 수거도 정리도 폐기도 모두 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이 되고 결국은 의도했던 대로 재활용도 다른 이를 위한 도움도 불가능한 일이 된다. 누군가가 매장에 와서 살 수 있을 만한 컨디션이 아니라면 내놓기가 어렵고 오래된 물건보다는 새로운 물건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세태에 더더욱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을 두는 건 짐이 될 뿐이다. 그러니 안내문을 읽고 기준에 맞지 않는 밥솥, 이 10년이 넘은 제품을 ..

유품정리Day28. 2차 문구 학용품 기부, 아빠의 평생습관을 지역 공부방에 나누다.

서재의 책들과 서류들이 빠져나가고 나고 서랍과 책장에 남아있던 물건들 중에 학용품과 사무용품들을 모았다. 그래도 유품정리업체에 맡겨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남아있던 빈 박스 하나를 어느 정도 채워 다시 한번 지역공부방으로 보내주는 기부처로 보내기로 했다. 아빠는 오랫동안 책과 펜, 필사와 함께했다. 거의 돌아가시기 직전에 기력이 약해지실 때까지 그렇게 무언가를 읽고 적고 정리해온 일생이었다. 마지막 아빠의 책상에는 주로 성경책과 신앙에 관련한 서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외로움을 신앙에 어느 정도 의지하셨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제 남은 물건들을 모아보니 삼각자, 컴퍼스, 대형자, 줄자, 각도계, 어린 시절 늘어선 책상 가운데 원형 테이블에 앉아 학..

유품정리Day26.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분류가 가을과 함께 끝나간다.

굿윌스토어에서 다녀갔다. 15박스와 굿윌스토어에서 증정한 기증용 1봉투를 수거하러 오신 직원분과 함께 날랐다. 미처 일일이 사진을 찍지 못하고 박스에 포장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라 수량을 확인하려고 박스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일차적으로 기부하고 나서 발견한 곱게 보관해둔 옷들과 악세사리, 신발과 가방, 문구류와 잡화들. 역시 일차적으로 기부할 때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그릇과 주방용품들. 고스란히 보관만 해두셨던 일회용품들. 모두 다시 새로운 이에게 쓰임을 다하는 편이 좋겠다 싶었다. 책들과 함께 온갖 종류의 물건들을 분류하느라 늘어두었다가 책도 사라지고 수거도 마무리되고 나자 집은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커튼까지도 정리하고 나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집이 되었다. 이제는 앨범이나 가족모임에 쓸 ..

유품정리Day21. musicplayer 정리하며 엄마아빠를 떠올렸다.

일차적으로 큰 분류를 마치고 나서도 오랫동안 힘들었다. 분류가 힘에 부치기도 했고 내 일들을 하면서 같이 한다는 야무진 꿈일뿐 사실은 내 일들이 뒤로 밀리거나 몸도 마음도 피곤에 지쳐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리를 매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며칠을 쉬고 다시 들여다볼 몸과 마음의 기력이 생겼을 때 다시 아빠 집 열쇠를 돌리고 들어섰다. 이번에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의 서랍과 장롱 위의 짐들까지 열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지난한 분류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은 기부할 수 있는 것들부터 종류별로 다시 모으기로 했다. 멀티뮤직플레이어 세개를 케아블과 함께 먼지를 털고 닦고 박스에 넣었다. 모두 오래도록 쓰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음악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었기..

유품정리Day19. 마음을 아리게 한 한복 정리

구석구석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곳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맘먹고 목장갑을 끼고 자개장위의 상자들을 내려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었다.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아렸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아기인 내곁에 선 아빠가 입고 있던 강렬한 초록 마고자. 검은색 두루마기. 언니들이 결혼할 때 맞추었던 엄마 그리고 아빠의 한복들.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들 속에 하나씩 만져보았다. 곱디고운 주단. 엄마와 아빠는 중요한 날에만 꺼내어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모아서 박스에 넣고 신발장도 정리하다가 엄마의 꽃신까지 발견했다. 눈물이 쏟아질까봐 서둘러 먼지를 털고 박스에 담았다. 굿윌스토어에 물품기부신청을 했다. 누군가가 이 옷을 기쁘게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귀한 날 곱게 다장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환히..

유품정리Day18. 서예. 한국화. 목판글씨 나눔. 아빠는 이 모든 액자를 갖고 싶어 했을까.

남은 액자들을 마지막으로 나눔한 사람은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는 어느 분이었다. 마침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나눔을 보게 되었고 금세 처분하거나 할 게 아니라 오래도록 갖고 있을거라며 모두 자신에게 주어도 좋다고 하셨다. 처음에 만났던 무례한 -황학동에서 팔아먹겠다던- 사람이 떠올라서 약간 경계를 했지만 근처로 곧바로 오겠다며 명함을 먼저 보내와서 우선은 한국화 중에 특히 무겁고 큰 것들을 보내기로 했다. 두어명 신청했던 이들이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까먹었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상황이었는데 일러준 대로 suv차량으로 와서 뒷좌석을 눕혀 자리를 만들고는 무거우면 자신이 들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앤틱을 모으고 있고 모은 것들만 컨테이너 두박스가 넘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림들을 모으고..

유품정리Day17. 정물화. 풍경자수. 풍경사진 나눔

이번에는 옥상정원에 걸고 싶다는 어떤 분이 당근나눔을 신청하셨다. 걸고 소중히 보시겠다는 말에 개방공간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반코팅된 정물화와 자수 풍경화를 드리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카트에 혹시나 싶어 사진풍경화까지 챙겨서 싣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이번에도 미리 큰 액자이니 차를 가져오셔야 한다는 귀뜸 덕인지 suv 한 대가 나타났다. 나이 지그하신 분이 서둘러 내리며 반가워 하셨다. 너무 고맙다고 어떻게 이런 걸 나누냐고 거듭 말씀하시길래 가서 즐겁게 감상하시면 된다고 혹시나 풍경화도 하나 가져가실까 하고 가져왔다고 했더니, 정말 감사하다며 갖고 싶었는데 너무 과한 부탁일까봐 말씀을 못하셨다고 했다. 모두 가져가셔도 좋다는 말에 행복해하는 그분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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